땅끝기맥4구간 : 밤재에서 계라리고개 

 

 

 

언제 : 갑오년(14년) 미틈달  열닷새 흙날 밤  ~  열엿새 해날 (무박2일) 


누구랑 : 땅끝기맥 산우님들         

 

어딜 :  밤재 ~ 별뫼산 ~ 제안고개 ~ 장군봉 ~ 당재 ~ 서기산 ~ 계라리고개 

                         산행거리  22km (칠갑산 대장님 공지내용)   (산행시간은 사진속에 있습니다) 

 

            더 많은 사진 자료는 http://blog.daum.net/kmhcshh/2165에 있습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미틈달 11월

거기에 입동까지 지나고 나니 옷깃을 파고드는 차가움이 계절의 숨가쁜 변화를 실감하게 하고 있고 

여름내내 맘꺽 푸른 물을 품고 있던 만추의 마지막 보류인 은행나무마저

그렇게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더니만 노란잎으로 갈아 입고 힘없는 가을바람에도 떨어지는 것을 보면

돈없는 서민들에게는 반갑지 많은 않은 동장군의 발걸음 소리가 무겁게 들려 오는 듯 하다

그렇게 뜨겁게 타올랐던 월출산에서의 기암괴석의 산세와 영암 들녘의 황금들판은 서서히 멀어지지만

만추의 땅끝기맥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땅끝기맥 4구간 등로  지도 생략

 

 

월출산의 구간을 지나면서 월출산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 바람에 이번 구간은 조금은 싱겁게 다가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실제로 이제 영암의 구간을 벗어나 강진과 해남의 경계를 이루며 땅끝기맥은 흘러 가지만

별로 특색있는 산도 없고 특별한 유래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구간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러나 산은 앞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고

맥있기 산행을 하는 산우님들은 아마 공감하리라 생각된다

특히 이번 구간은 흑석지맥과 회원지맥을 서해로 분가시켜 목포를 향한 끝없는 구애를 하는 구간이다

비록 짧지만 땅끝기맥이 다풀지 못한 산세를 이 두 지맥이 풀어 낼 것이고

우리는 그 지맥을 보면서 걷는 것 또한 다른 의미로 다가 올 것이다

 

 

 

1시간 일찍 출발한 만큼 일찍 13번 국도인 밤재에 도착

 

산행시작

 

초반부터 오름에 힘이 들고 바위를 타고 넘기 힘든 구간도 나오고

 

월출산의 마지막 끝자락을 붙잡고 마지막 힘을 다하여 일으켜 세워

멀리서 보면 바위들이 엎치고 덮치고 이어놓아 바위의 모양새가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다고 했던 별뫼산星山

그믐달 희미한 달빛마저 구름이 가져가 마음으로 담기에는 그저 육중한 산그림자로 다가와 가슴에 안기니

보이는 것은 없고 앞길 가기 바쁜 산객들에게는 오직 오름의 철학을 일깨워 줄 뿐

 

 

어둠속 별뫼산 정상

 

비록 한평 안되는 해드랜턴에 비춰지는 어둠속 바위들을

별 하나 별 둘...

누구에게 따 줄 것도 아니면서 샘하며 걷다 보니 어느듯 별뫼산 정상

이 어둠속에 정상에 서 있은들 뭐가 달라질 것인가? 다행이라면 남쪽의 훈풍만이 그나마 위안이 될 뿐...

그저 서해 어딘가에 걸려 있을 그믐달에 물어볼려 했는데 그것마저 호사로다

 

 

흑석지맥 갈림길이기도 하다

 

216봉을 지나고

 

삼각점도 지나고

 

중앙 분리대가 있는 4차선 도로를 목숨건 건넘이 감행되고

 

애향탑이 있고 2차선 포장도로인 제안고개

 

좌측으로 조금 이동하면 들머리

 

삼각점 지나 바로 철탑에서 직진해야 하는데 마을길로 접어들어 신주마을로 마루금에서 이탈

 

신주마을 마을 경로당과 나름대로 이주의 아픔을 안고 있는 유래비 - 역시 알바도 "품격이 다른 알바" 를 하고 나니 가슴 뿌듯...

 

덕분에 정골재는 확인하지 못하고 계속 치고 올라와 대나무 밭이 있는 마루금과 접속하고

 

예상대로 마을에서 치고 올라가다 보니 깃대를 꽂기 위한 여정이 만만치 않다 - 삼각점이 있는 깃대봉

 

깃대봉에 당당히 깃대를 꽂은 우리 땅끝기맥 산우님들은 이제 장군의 당당한 발걸음으로

장군의 숙소가 있는 장군봉으로 향하여 금의환향의 마음으로 발걸음을 제촉한다

우리는 뭔가 새롭게 시작할 때 마음을 다잡기 위해 기치를 올린다는 말을 자주 쓰게 된다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땅끝지맥 산우님들의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삼형재봉을 지나면

 

정골재에서 깃대를 꽂기 위한 여정이 어느정도 고도차를 극복하기 위해 힘들게 진행한 탓인지

깃대봉에서 장군봉으로 향하는 길은 약간의 잡목을 제외하곤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걷기 편한 산길이 이어진다

거기에 거리가 있는데도 고도차가 그렇게 크지 않아 無血입성 아니 無力입성? 한 장군봉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올랐다면 장군의 마음을 해아리는 장군봉이 아니라 그저 무명봉으로 다가 왔을 것이다

 

 

장군봉

 

장근봉인지 장군봉인지 모르지만 현지 주민들은 대설산이라고 부를 만큼 현지 주민들에게는 큰산으로 보였을 것이다

깃대봉에 당당히 깃대를 꽂고 우리가 올라오면서 보았던 삼형제 자식 바위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았을 장군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아님 꿈이었나? 

현실로 돌아와 해남땅에서 홀로 살고 있는 각시봉을 보면서 현대판 기러기 아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을까?

자식이 뭔지... 엊그제 수능이었는데 열흘이나 빨리 찾아온 추위도 아랑곳 않고 학교 철문을 잡고 기도하는 모습...

 

 

임도에서 식후경 후 오르면서 바라 본 장군봉과 깃대봉 - 또 다른 이름인 장근봉에 가까운 모습으로 이어져 있다

 

여타 지역의 장군봉와 달리 특별한 유래는 찾을 수 없었지만

강진에 무릉도원을 꿈꾸며 평온한 마을을 기원했다는 桃林里에 장등(長登)이라는 마을에서 유래를 유추해 본다 

마을 뒷산의 구릉이 길게 뻗어 있어서 장등(長登)이라 붙였다고 하니

이 장군봉도 아마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長根봉에 가깝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초보산꾼의 생각 

그렇다고 산세를 확인하기 위해 장등마을까지 내려 가 볼 수도 없고... 이 사진 한장으로 유추해 보시길...

 

 

그런데 언제 해가 떠올랐는지?

 

빨리 도착한 만큼 길어지는 어둠속 별뵈산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까 노심초사 일출을 기다리지만

기다리지 않을 때는 별의미 없이 잘도 맑은 햇살을 자랑하듯 떠오르던데 오늘만은 기다림을 시험하고 있다

서해에서 바라보게 될 한반도 맞은편 동해에서 떠 오르는 해맞이는 어떤 기분일까?

비록 막 건저올린 동해의 기가막힌 일출의 장엄함은 볼 수 없을 지라도

 

 

임도에서 식후경

 

인간이 잠든 사이 만들어 낸 이슬을 머금고 산위로 떠오르는 태양의 얼굴은 언제나 똑같다

아침에 떠오르는 일출을 보면서 각자 비는 소원은 다를지라도

해는 그저 인간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모두에게 골고루 희망을 나눠준다

지금까지 함께해 준 달에 대한 존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맞게 잊어 버리면서...

새희망을 나눠갖기에 바쁠 뿐...   세상사 다 그런 것이다

 

 

320봉

 

장군봉에서 잠시 얘기했던 각시봉과 멀리 흑석지맥에서 분가한 고제봉

 

좌측으로 우리가 야음을 틈타 별을 헤며 걸어 올라온 별뫼산이 보이고 가운데 3구간 날머리 월각산능선이 보인다

 

벌목지가 나오면서 이제 오늘의 큰산 서기산이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당재

 

그러고 보니 해남땅에 보이는 각시봉의 또 다른 이름 옥녀봉이니

우리가 넘고 있는 당재 무슨 사연이 남아 있을까?

그러나 아깝게도 당재의 유래는 강진땅 서산저수지로 계속 물을 공급하고 있는 당산골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강진읍 서산리에는 사당이 있었다는 당거리 마을이 있고, 서원이 있다 해서 서원마을까지 있다 

 

 

시그널이 있는 328봉

 

이제 우리는 영암의 별처럼 아름다운 바위산들을 영산강의 마지막 수원공급원인 흑석지맥에 넘겨 서해의 미련을 버리고

이제 남쪽바다와 서해바다를 아우르는  해남으로 들어 서기는 했지만

그러나 영암의 그림자를 쉽게 버리기 아쉬운 듯 한번 더 우리에게 기회를 준다

다음 구간에서 만나게 될 화원지맥을 길게 뻗어내어 목포 유달산을 향한 몸부림이 해남땅 영암호수를 만들어 냈다

 

 

인공호수이다 보니 해남땅 깊이까지 호수가 형성되어 있어 왜 이름이 영암호이지하고 의아해 할만큼

흑석지맥과 화원지맥이 만들어 내는 물잔치는 결국 영암과 해남의 화합의 상징처럼 나에게는 들린다

서해에 이르는 하류에서 영암 미암면과 해남 산이면과 만나게 되어 있어 그렇게 부른다

영산강의 힘이 느껴지는 이 초보산꾼만의 생각이다

 

 

 

벌목지를 지나고 철탑

 

담양에서 발원해 목포까지 전라남도 서부 일대를 남서류해 서해로 흘러드는 강인 영산강은 나주 영산포(榮山浦)에서 어원을 찾는다

고려말 왜구들이 섬을 노략질하자 흑산도 사람들이 나주 남쪽 남포 강가에 피난 와 살았기 때문에 이곳을 영산현이라고 했다고 한다

즉 '영산'은 '흑산'을 지칭하는 것에서 어원을 찾는게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한다

나주땅에 흑산도 사람들의 마을이 가능했던 것은 수운의 발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옛날 이야기 같은 것이다. 

 

 

철탑에서 되 돌아보니 월출산과  월각산이 더욱 멀어지고 있다

 

수운이 발달했던 옛날에야 영산포를 품은 나주가 영산강의 중심지 역활을  할 수 있었지만

세월은 흘러 교통의 수단이 육로로 바뀐 현대에는 산업화까지 합세하면서 한 때는 수질오염의 대명사로 알려지고

우리가 발길따라 걸으면서 보았던 고개마다 터널이 뚫리면서 옛영화는 커녕 지금은 흔적조차 사라지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영산강하면 떠오르는 오염된 찌든 역한 냄세의 대명사처럼 그렇게 철저히 잊혀저 갔는데...

 

 

당재에서 잠시 만난 당산골과 서산저수지

 

나랏님은 그렇게 돈 쓸데가 없었는지 많은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소위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영산강은 살아나고

영산강에 비해 더 큰 섬진강을 밀어내고 4대강 사업에 특혜를 받았지만 과연 특혜인지 재앙인지...

그놈의 돈이 뭔지...  하기야 나랏님도 돈이 있어야 딸린 식구들 먹여 살리지

언제 다시 영산기맥을 걸을지 알 수 없지만 영산강이 멀어지면서 느끼는 초보산꾼의 아쉬움의 단상이다

 

 

시그널이 있는 355봉

 

좀 더 의미를 확대해 보면 땅끝이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땅끝기맥이 일반화되어 모든 산객들이 걷고 있지만

흑석지맥갈림봉을 지나고 나면 영산강과는 관계없는 땅끝기맥을 걷게 된다

흑석지맥 갈림길인 별뫼산을 지나고 나면 서사면으로 흐르는 물은 강이 없이 서해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흑석지맥은 땅끝기맥을 하신 산우님들은 한번쯤 걸어보아야 제대로 된 기맥을 완성하는게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341봉

 

산길이 길고 짧은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강을 끼고 있느냐 없느냐는 나름대로 상징성을 주기 때문이다

금북정맥 마지막 몇 구간을 금강 없는 금북정맥길을 걸었듯이...

그래도 그때는 산경표에 충실한 산행에 더 의미를 크게 두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나주와 영암을 품고 살아있는 역사를 써내려 갔던 영산강과의 이별이 아쉽게 다가온다

 

 

월남마을 이정표가 있는 임도

 

하지만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땅끝기맥 첫구간부터 우리와 발을 맞춰 계속 이어온 탐진강이 함께 하고 있고

흑석지맥과 화원지맥이 물을 계속공급하며 영암방조제가 있는 영암호를 지나 서해에서 극적으로 영산강과 조우하고

우리가 마지막 땅끝에서 만나게 될 남해와 서해의 경계를 따라

좀 더 먼 미래를 약속하 듯 태평양 한가운데서 집떠난 형제를 만나 듯 기쁨의 포응을 할 것이다

 

 

강진에서 보면 서쪽의 가장 큰산으로 보일만큼 실제 올라서 보니 실감이 가는 서기산 정상

 

서기산에 오르다 보면 먼저 남해바다가 우리가 가야할 마루금과 만덕산 사이로 반긴다

 

서기산 정상에서 본 영암호 방향

  

 

강진땅 만덕산을 배경으로 한장

 

 

헬기장으로 내려오면서 통신탑 사이로 화원지맥이 길게 목표를 향하고 있고 멀리 땅끝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405봉을 지나고

 

 

 

만덕산 갈림봉인 366봉도 지나고

 

366봉과 284.4봉 사이에서 본 만덕산 - 멀리서 보면 바위산으로 산은 낮지만 육중함을 준다

 

서쪽의 큰산인 西基山을 지나면서 우리는 월출산 구간 누릿재의 "정약용 남도 유배길"에서 잠시 만났던 다산 정약용을

야생 차나무가 유난히 많았기에 호도 茶山이라 했을 정도로 유명한 萬德산에 다산초당을 짓고

18년의 강진 유배 생활 가운데 1808년부터 1818년까지  10여년을 유배생활을 하면서

그 유명한 ‘목민심서’를 비롯해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대표적 저술들이 전부 여기서 탄생했다고 하니

 

 

 

만덕산을 당겨본다 - 그렇게 크지도 않은 땅덩어리에 만석이 골마다 만덕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  수많은 별중에 하나를 우리는 얻은 것이다

 

멀리서 만덕산의 산세를 보면서 정약용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걷는 것 또한 산줄기를 이어가는 즐거움의 하나이다

어떤 산세이기에 그렇게 대단한 후세에 길이 남을 작품을 우리에게 남길 수 있었는지를 또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서

내가 목민이라면 과연 경세를 이룰 수 있을까? 똑 같은 산길을 걷는데 누구는 그렇게 큰 업적을 남기시고

나는 할 일 없는 사람처럼 그저 걷는데 의미를 둘 수 밖에 없음에 안타깝지만 현실인 것을 어찌하랴 

그래서 우리의 무능력을 보완할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과연 이 사회에서그런 지도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큰각시봉 시그널이 있는 284.4봉

 

우리가 산길을 걷다보면 보이는 것이 봉우리 뿐이요 봉우리를 넘으면 또 다른 봉우리를 목표로 달려가고

내림길에 만나는 돌하나에도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은 진행을 더디게 하고

그런 중에도 때론 새로운 시각으로 잠시 눈을 돌려 헤아리며 걷는 다면 또 다른 즐거움이 우리 곁에 항상 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힘든 산행, 힘들지 않기 위한 노력 또한 우리의 몫인 것을...

 

 

 

언제 우리 장군께서 이렇게 큰각시를 또 한분 데리고 살고 있었지?

아까 보았던 각시봉이 또 다른 이름으로 옥녀봉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아마 이 산이름은 국사봉이 되어야 할 것 같다

풍수에서 여신인 옥녀 옆에는 꼭 음양의 조화를 위해 남신인 국사봉을 세우는게 이치에 맞다고 생각한다

서울 청계산에 국사봉과 옥녀봉이 있는 것이 똑 같은 이치이다

 

 

헬기장 지나 임도

 

293봉

 

이제 날머리 고개가 보이기 시작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가야할 다음 마루금인 복덕산 방향과 좌측 멀리 주작 덕룡능선이 우릴 벌써 기다리고 있다. 4주나 남았는데...

 

소공원에서 벌써 우리가 이용할 버스가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오늘 구간의 날머리 계라리 고개

 

참샘?

 

이렇게 하루를 정리하고 뒷풀이 장소인 백악관으로 이동하고

 

결코 짧지 않은 구간 함께 하신 산우님들 고생했습니다

 

이제 우리의 마지막 목표점인 땅끝을 가기 위한 해남땅에 첫발을 디디며서 걸어 보았던 서기산 구간

길고 긴 산줄기를 만들다 보면  어디에나 우리가 말하는 명산을 계속 만들 수는 없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도 어떻게 좋은 일만 계속 있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조물주가 산길을 만들 때도 다 이런 이유에서 자연에서 배우며 살아가라는 깊은 뜻을 담으려 애쓴 결과이다

대간길에서도 속리산 전에 중화지구를 두고 또 소백과 함백사이에 양백구간을 두어 잠시 쉬어 갈 기회를 주었듯이

역시 이 땅끝기맥에서도 영암의 뜨거움을 잠시 잊고 차분히 생각하며 걸으라고 정약용의 가르침까지 더불어 주시고

이제 이 구간이 지나고 나면 남도의 수석전시장인 해남 강진의 주작산 두륜산 달마산 대둔산 도솔봉 등이 고개를 내밀고 우릴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좋은 경치도 계속 보면 질리게 되어 있기에 자연이 만들어 내는 이런 조화를 생각함에

다음 구간이 벌써 다시 기다리는 이유가 될 것이다

거기에 우리가 이제 돌아가야할 일상에서의 시간도 4주라는 길 여백을 주어

땅끝 남은 세구간을 맘꺽 즐길 수 있는 힘을 기르라는 뜻이 담겨 있고

따뜻한 남쪽에서 겨울 산행을 즐기라는 의미까지 덤으로 주어지는 담 구간이

나에게 잠 못 이루는 밤을 선물할까

 

 

              초보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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