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 30 (3450온누리 3기) - 석병산 구간  -  백복령에서 삽당령까지 (922봉 탈출)

           부재 :   강원도의 힘, 설원과 바다,가는 겨울 되돌려 세우다

 

 

언제 : 임진년 삼월 스물닷세

 

누구랑 : 대간3기 산우님들

 

어딜 :   백복령에서 삽당령까지..  생계령 지나 (922봉 탈출)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이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엇갈리게 되는 두 사람의 행적을 사실적으로 그려냈지만,

그 강원도의 힘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대간길에서 만난 산행에서 우리는 이미 전국이 봄의 향연 준비로 바쁜데도

아직도 겨울의 끝자락을 잡고 있는 강원도의 힘을  느끼며, 강원도의 설경을 만나려 떠나본다

 

 

 

백복령에서 삽당령까지..   922봉 탈출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는 사당에서 반갑게 산우님들을 만난다.

사당에서 부터 바람이 거세고, 전날 강원도에 눈이 많이 내렸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니,

다들 싱숭생숭했을터인데 그래도 우리 산우님들은 여전히 그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올 겨울 그리 많은 눈이 왔다고 할 수 없는데도 계속되는 대간길의 정체는,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그래도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방법도 배우면서 그렇게 사당을 출발한다.

 

 

 

 

백복령에 도착하니 먼저 바람과 길가에 싾여있는 눈이 우리를 반긴다.

백복령고개에 설치된 적설량의 수치를 보니 25cm정도를 가르키고 있다.          사진 : 강철님

 

혹 이정도면 산행에 도움이 될까?

우리가 시간을 정해놓고 가는 건 아니지만,

사람이라는게 질질 끌면 목적의식도 희미해지고 의욕도 가벼워지니 가기는 가야하는데?

 

 

바람이 차다고는 하지만 역시 여기에도 봄의 전령이 다녀 갔는지 한결 부드러움을 느끼며     사진 : 강철님

 

간만에 김희석님의 접시돌리기 체조로 백복령의 새벽을 연다.           사진 : 강철님

白福嶺

정선군 임계와 강릉의 옥계면의 경계지역으로, 동해안을 따라 내려오던 고대문화가 백두대간을 넘어 한강수로를 통해 중부지방으로 퍼졌다는

우리 고대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지역이다.

지금 지도에 나와 있는 百伏嶺은 일제시대 조선 총독부에서 제작한 지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이름이며,

우리 고지도나 고서에서 많이 쓰고있는 白福嶺으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26차 공지 참조)

 

 

백복령       사진:강철님

 

첫발이 중요한데... 

조금 진행하니 아니나 다를까 푹푹 빠지기 시작하고,

눈밑에 끈적이를 붙여 놓은 듯 한 번 빠지면 잘 빠지지도 않는다.

적설눈금이 무색하게 진행할 수록 더욱 더 깊어만 가고.....

 

하지만 올 겨울 몇번의 러쎌의 경험 탓인지 누구랄 것도 없이 자진해서 서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서로 협력한 만큼 작지만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雪路는 서서히 뚫리고, 雪壁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느리지만 천천히 진행한다.

                                     

 

 

사진 강철님

 

 

러쎌이야  각오하고 온 것이지만

이렇게 솔선수범으로 서로 협력하면서 한발이라도 자진해서 해준다는게,

알게 모르게 형성된 대간3기 식구들의 힘이 아닌가 생각에 너무 행복하다.

 

아무도 걷지않은 설원에 먼저 족적을 남긴 산우님들의 발자국이

이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자국입니다.

 

힘든 만큼 저번 대관령에서 봤던 둥근 달님이라도 길을 안내해주면 좋으련만 오늘은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다

 

 - 오늘밤은 너무 깜깜해 별도 달도 모두 숨어 버렸어 네가 오는 길목에 나 혼자 서있네 혼자있는 이길이 난 정말 싫어

찬바람이 불어서 난 더욱 싫어 기다림에 지쳐 눈물이 핑도네  이재민 골목길 -

 

 

 

그렇게 우리는 자병산의 아픔을 안고 사는 백두대간 생태숲조성지안내도가 있는 임도에 도착한다.    사진 : 강철님

 

자병산 紫屛山 (872)은 백두대간 난개발의 대명사로 277ha에 달하는 천연림이 개발로 사라졌다고 한다.

2030년까지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고 하니, 그러면 고도가 100m까지 낮아 질 수 있다고 가정하면 아예 지형자체가 바뀌게 된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기본적인 생태복원 복구개념조차 없다는 것이다

 

 

사진 : 물아래님

 

여기에 백두대간 보전회가 어떤 단체인지는 모르나 이곳에  생태 숲 조성을 한다고 하고... 

한쪽은 난개발의 대명사요 한쪽은 생태복원의 대명사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멀쩡한 대간길을 빼았기고 여기에 또 생태복원 한답시고 또 여기도 막는건 아니겠지?

좋으게 좋은겨..

재대로 된 복원이 이루어지길

 

 

현재의 자병산  사진 : 퍼옴

 

 

러쎌을 하느라 지친 몸을 달랠겸 배고픔도 달랠겸 잠시 휴식하는 동안에 오늘 대간 산행의 다른 팀이 도착한다.

우리가 걸린 시간이 시간반이라하고 후발대가 30분이 걸렸다 하니,

우리가 미리 러쎌을 해논 길을 편하게 온 것 같다.

자연스럽게(미리 대장님께서 약속했다고 한다) 후발대가 러쎌을 시작하며 먼저 출발하고

우리는 지친 몸을 좀 더 추스린 후 우리도 좀 편하게 산행이 시작하고... 

이제야 겨우 본격적인 대간 마루금을 이어가는 것이다.

빨리 대간길 돌려둬!!!!!!

 

 

                             

사진 물아래님

 

선답자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우리에게 고마움을 선사하는가!

그런데 우리는 남이 가지 않은 길은 가지 않으려 한다.

선답자가 있어주기를 바라면서.. 참 인간의 마음 알길이 없네..

우리가 지금 이렇게 힘든 선답자의 고행을 하고 나니 알 것 같네 그려 .....  하하

 

이렇게 한숨을 돌리니 이젠 눈에 빠지는 정도가 낮아 진행은 쉬울 것 같은데

녹은 눈이 등산화 밑을 잡고 놓아 주질 않는다.

참으로 뭐 하나 편한게 없구나?  편할려고 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지????

 

날은 쥐도새도 모르게 어느덧 우리 가까이에 다가오니 아침은 먹어야 가지... 

그나저나 요놈의 겨울철엔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러워 꽁 ..... 

밥먹는 것이 너무 싫어....

 

 

식사후 단체사진           사진 물아래님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위험을 즐기는 물아래님                사진 한돌님

 

그러나 강원도의 힘도 봄의 전령은 막을 수 없었던지

가장 걱정이던 손이 시려워 식후경을 곤란하게 했던 어려움은 없어지고...

어매 정말 이젠 살 것 같다.

선답자의 러쎌덕분에 다시 산행은 순조롭게 이어지고....

              

                           

식사장소를 제공한 낙엽송 단지                 사진 한돌님

 

 

그런데 이분들은 도대채 식사를 할 생각이 없나보다.

길을 자 닦아놓은 건 고마운데 앞서간 팀의 식사 흔적도 없고 그져 길만 가기 편하다,,, 이분들 철인들인가?   

우리같으면 선두대장 욕을 욕대로 먹었을 것인데...ㅎㅎㅎㅎ

그런데 헬기장인진 모르겠지만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선두는 마루금을 벗어나 진행하고...

알고보니 철탑을 관리하기 위해 달아놓은 리본을 따라 무조건 진행하다보니 생긴 일이었다,

정맥이나 지맥을 하다보면 철탑을 관리하기 위해 한전에서 달아 놓은 빨간 리본이 크고 눈에 자 띄다 보니

자주 마루금 리본으로 착각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마루금은 약간 우측으로 완만하게 이어지며 고도를 낮추어 진행하다 보니 카르스트 지형안내판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석회암층으로 이루어진 지역에서 빗물에 의해 석회암의 탄산칼슘층의 용해되어 침식이 나타나는 지형이라는데

그래서 자병산이 석회암을 주 원료로 하는 시멘트 공업의 희생양이 되고 만 것이다.

그 처참한 자병산의 모습은 날이 밖으면서 우리 뒷 머리를 자꾸 잡아당겨 뒤를 돌아보게만 만든다. 

참으로 안타깝다.

                                                

 

사진 물아래님

 

바로 눈앞에 웅덩이가 보이는데 눈이 썋여 있어 카르스트 지형의 모습은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움푹패인 정도가 넓으면 밭농사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첩첩산중에서 그래도 고마운 내 땅인 것이다.

생태숲조성지에서 부터 우리가 탈출을 감행한 922봉까지 서측 사면으로 이런 함몰지가 곳곳에 있어

임계카르스트지형이라는 구역이름까지 얻게 되었다.  이것마져 눈으로 확인이 어려웠다.

무명봉에 올라가는데 선답자중의 일부가 서서 식사중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같이 왔으면 같이 식사를 하면 좋았을 것을? 우리처럼..

멋진 소나무도 만나고.. 

여기도 역시 멋진 사진기의 먹잇감이 되고

 

 

김도연님 멋진 포즈          사진 한돌님

 

이번에 가장 고생하신 정남열님       사진 한돌님

 

봉에올라 마루금 찾기가 쉽지않아 떡본김에 쉬어 간다고 잠시  눌러 앉아 있고..

선답자도 길을 해맨 듯  보이고,,,

석병산의 위치로 봐서는 바로 앞에 높게 솟아 있는 봉으로 가면 될 것도 같은데..

여기에서도 지피에스의 힘은 발휘되고 바로 앞에 보이는 봉을 향해 마루금은 이어지는데,

물아래님의 한마디 리본억수로 많아요, 가장 고마운 말이다..

한발이라도 덜 가는게 우리의 목표이니까

높게 솟은 만큼 어렵게 무명봉에 올라보니 꽤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잠시 휴식후 다시 약간 우측으로 능선을 이어가는데 고도를 한참을 낮추어 간다.

동쪽으로 보이는 칼등능선같은 산줄기가 시원스럽게 보이고.....

 

 

앞서가던 선두팀의 선두진과 만나고 긴 동행을 이룬다

 

 

이 사진에서 어떤 느낌이 오시나요

살기위해 고개를 넘어야 했던 민초들이 등짐을 지고 힘들 게 걸었을 이 길,

그들에게 희망을 두 어께에 짊어졌기에 그래도 행복했었을 이 길,

이름도 아름다운 생계령이 가까워짐을 느낀다.

등짐장수들은 너무 추우면 살기위해 마약류의 술을 마셨다는데,

마약이 아니면 추위를 견딜 수 없었던 민초들의 친구가 되어준 이길. 

그렇게 낮은 능선을 한참을 이어가니 생계령이다.

     

             

             

사진 물아래님

 

生溪嶺

옥계면 산계리 사람들이 정선 임계장을 보기 위해 넘나들었던 고개로,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이 고개에서 도토리 열매를 채취했다고 한다.

옥계면산계3리 영밑골과 정성군임계리 직원리 피원을 넘나들던 고개로 예전에는 고개정상에 주막집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넘나들던 고개이다.

 

드디어 앞서 간 팀과 완전히 조우하고, 온길을 확인하니 백복령에서 여기까지 힘들게 온 것이 겨우 5.5km란다.

기가막히고 코가 막힌다. 어째 이런 일이.  또 고병이제까지 5.5km란다.

여기까지 6시간이 걸렸으니 이번 구간의 중간지점이 고병이재까지 또 6시간????

 

대장님의 탈출지점에 대한 상황설명이 있고, 중간부터 러쎌을 해주던 선행팀은 잘난 친구 한 넘 때문에

결국 생계령에서 탈출을 결정한 듯하고, 생각같아서는 그 잘난 버릇 고쳐주고 싶지만...

도덕?산이라 그럴 수도 없고.. 에이

 

다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우리 식구들은 서로 서로 도와 가며 이제는 러쎌을 즐기면서 연신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단체 산행이 무엇인지를 우리 식구들은 몸소 말보다는 몸으로 실천을 해 주시니...

우리 대장님 팔자 피셨슈??

어찌됐든 힘들게 봉을 오르고 있는데 지금까지 무결점 대간길을 해 주시던 상큼님의 발 상태가 힘드신 듯,

탈출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니 걱정에 앞서 가슴이 아프다.

무결점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

그렇게 시원한 전망이 트인 서대굴 안내판이 있는 봉에 오르니

                                    

 

 

사진 강철님

 

 

가야할 석병산과 능선     사진 강철님

 

 드디어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너무 시계가 안 좋아 조망을 어렵게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짱이다.

 

 

 

묵호항도 멀리 보이고                         사진 강철님

 

 

하지만 조금 진행을 수월하게 해주던 눈길이 본격적으로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빠지는 정도를 넘어 한번 빠지면 발 을 빼기도 쉽지 않고,

더구나 눈까지 발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그야말로 설상가상 생존전쟁이 따로  없다.

서대굴이 있는 봉이라 그런지 우리가 빠져든 발자국들은 雪窟을 만드니

자연은 江陵西臺窟을 만들고 우리는 雪窟을 만들고... 

 

 

사진 한돌님

 

 

바다가 보이자 마자 바로 앞에 보이는 억장(億丈之城)이 무너지는 922봉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저길 올라가나??

동해바다를 선물 하더니 바로 억길이 넘는 성을 선물 하신다.

그래도 가야지...

 

 

그래도 정상부분의 암벽봉이 아름다우니 그 암벽을 애인삼아 가면 되겠지 뭐...

그래 사람은 마음 먹기 달린 거지 뭐..

그러나 정말 힘들다. 정말 힘들어. 

하지만 오랫만에 맛보는 따뜻한 햇살이 반갑기도 하고 눈속에서 맛보는 봄기운은 안와봤으면 말을 마시라...

 

 

 

922봉 정상의 금비령대장님               사진 강철님

 

 

가야할 능선과 설경              사진 한돌님

 

애인 삼아 오르던 암벽 부근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922봉에 올라 바로 탈출하산이 결정되고,

능선이 아닌 길을 무조건 물아래대장님이 앞서서 진행하고

모두 뒤따라 엉덩이를 땅에 대고 줄줄이 미끄럼으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모두 개구쟁이들 같기만 하고

                                               

 

사진 강철님

 

내려와 보니 이젠 계곡이 갈길을 막는다.

다행이 이 곳 계곡은 깊은 계곡이 아니어서 위험요소는 별로 없지만,

눈과 물의 만남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하나..

                                         

 

사진 강철님

 

산에서와는 비교도 안되게 눈에 한번 빠지면 발이 빠져나올 생각을 않는다.

몇분은 발에 통증을 호소하고...

여기서 한번쯤 생각해 볼게 우리가 산에서 길을 읺으면 먼저 능선을 찾아 올라가는게 상식인데,

능선이 아니면 가까운 것 같아도 각종 위험요소가 있고,

여름같으면 잡목이 발목을 잡아 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무리 힘들어도 안전산행이 우선임을 잊지 말기를...

 

                

사진 한돌님

 

또 하나 이번에 배우건 눈에 빠지면 옆에서 눈을 파줘야 발을 뺄정도인데

장난삼아 빠진 발에 눈을 집어 넣으면 결굴 다치잖아!!

이 생각 저생각, 후미를 기다리다 배낭을 멘체 그대로 누워 하늘을 본다.

                   

 

사진 한돌님

 

이좁은 계곡에서 보는 하늘에는 우리 마음과 달리 무심하게도 힌구름이 두둥실 흘러만 가고 있구나.

아직도 탈출은 어딘지 알 길 없는데...

무심한 구름이구나

드디어 후미와 만나 다시 계곡 산행은 시작되고...

 

 

계곡의 설경도 담아 보고- 예술가 강철님        사진 한돌님

 

그렇게 당도한 게르마골 마을 언저리로 탈출을 완료한다.

 

 

마지막 지점을 내려오는 산우님들                        사진 물아래님

 

도로 직전 계곡 전 밭의 雪田               사진 물아래님

 

도로 앞 계곡을 건너다                      사진 물아래님

 

세수도 하고   사진 한돌님 

계르마동

석병산아래 갈마음 수형((渴馬飮水形 - 자손대대로 천석이 난다는 명당자리)의 묘지에 말을 머물게 했다는 뜻(임계면 지명유래)이라고 하는데

지금은백두대간 생태 수목원이 자리잡고 있다.

 

다시우리는 봄 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강원도 정선땅에서의 마지막 으로 주는 설경의 선물을 잘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강원도의 힘으로 우리에게 선물한 마지막 선물,

지겹도록 밟아본 눈길,

우리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경험이었음을

우리 대간식구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초보산꾼   

 

 

 

33차대간 : 삽당령에서 생계령까지 - 얼레지꽃과 생강나무, 서로 다른 자연을 만나다

 

3450온누리 산악회  백두대간 3기 33차 삽당령에서 생계령까지(남진)

 

 

언제 : 임진년 사월 열닷세

 

누구랑 : 대간3기 산우님들

 

어딜 :   삽당령에서 생계령까지 (남진)

 

 

3주전 이미 서울에는 봄기운이 사람들의 마음에 기지개를 펼 수 있도록 생동감이 넘칠 때,

강원도의 힘은 여전히 우리 대간 식구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는데...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솟 뚜껑 보고 놀란다고,

지금도 여전히 강원도의 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아님 3주나 지났는데 설마???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설왕설래...

하기야 가봐야 알지.... 그렇게 사당을 우리는 출발한다.

 

 

 

 

 

삽당령에 도착하니 눈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설마?...  

조금만 올라 가면 아마 다시 눈길 산행이 기다리고 있겠지?

그래고 강원도인데....

 

 

 

사진 강철님 

삽당령(揷唐嶺) 35번 국도 강릉시 왕산면 묵계리와 송현리 사이에 있는 고개

동해의 남대천과 남한강으로 흐르는 송현천의 발원지 역활을 하기도 한다.

옛날 정선군 임계 사람들이 강릉에서 장을 봐가지고 오다가 짚고 오던 지팡이를 길에 꽂아 놓고 갔다 하여 '꽂을 삽(揷)' 자를 써 삽당령이 되었다고,

생계령과 함께 정감이 가는 이름이다 

 

『 증보문헌비고』에는 삽당령(揷當嶺)이라 썼는데 현재에 쓰고 있는 삽당령(揷唐嶺)이란 한자는 언제부터 쓴지 확실하지 않다

 

 

오늘은 저번 구간에서 이어가지 못한 구간 산행이라 시간이 널널...

김희석님의 접시돌리기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출발......

 

사당에서 걱정했던 눈은 없어 일단 한숨을 돌리고,

때로는 눈이 없어 쪼금 서운한 생각도 들고....

그래도 마지막 눈길 산행을 기대했는데..  

 

 

사진 : 강철님

 

 

아이잰은 착용 안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발에서는 아이젠의 무게가 느껴짐을 알고서,

겨우내 지긋 지긋하게 대했던 눈에 대한 환생일까? 

그렇게 오르다 보니 그만 그만한 크기로 자란 나무 사이로

아직은 달의 생명을 알리는 그믐달이 계속 아스라이 걸쳐, 새벽의 기운을 북 돋우고,

겨우내 싾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참히 짓 밟힌 잔해들인 나무가지들이 발길을 더디게 하고, 

허리까지 빠지는 눈길 산행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참혹함이 눈아래 진행되고 있었을 것 을 생각하니

다시 한번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왕산 38호지 표지판도 만나고       사진 펌

 

이 곳이 왕산면인데, 우리가 대간 대관령 능경봉에서 보았던 제왕산 에서 왕산리가 되었다고 하는데,

고려말 신군부 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이성계가 꼭두각시로 앉혔던 우왕을 유배를 보낸 곳이

대관령 아래 아랫마을인 전설은 안고 있는 지역이다.

 

 

그렇게 오르니, 나무 탁자와 연결된 의자가 여러개 놓여있는 두리봉이다,

斗里峰은 옥계면 북동리,  왕산면 묵계리 정선군 임계면 직원리 사이의 산으로,

두루뭉술해서 두리봉이라 불리게 되었다.

 

 

 

두리봉                     사진 물아래님

 

우리나라에 많은 두리봉이 있는데, 큰 산에 빌 붙어서 두리뭉실하게 살아가고,

시루봉보다는 펑퍼짐하고 더 후덕한 모습을 하고 있어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산우님들이 알고 있는 두리봉을 잘 보세요, 두리봉은 거의 후덕하게 생겼습니다 ???

또 풍수지리학에서 보면 곡식을 담는 용기 중에 말(斗)이 있는데

이런 종류의 명당은 양택으로 되는 경우가 많은데,

말(斗)명당을 斗리봉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마침 두리봉에 올라 서니 여명이 곧 희망이라는 아침햇살을 드러낼 준비하고 있어 잠시 기다려본다.

 

 

사진 강첢님 

 

우리 대간 산우님들이 오랫만에 맞이 하는 일출 담기에 여념이 없고,

정상에 나타나기 시작한 엘레지 꽃을 카메라에 담으려 감사의 절을 땅에 대고 몇번이고 하고 있다.

 

날이 밝으니 이젠 식후경을 해야지,

조금 내려오다 양지바른 곳에 터를 잡고..

 

이제 석병산의 위용을 바라보며 두리봉까지의 북진을 멈추고 다시 남진하기 시작하고..

핼기장까지, 여름이면 지나가기 힘들었을 산죽지대를 지나는데,

여기서 다시 겨우내 벌어졌던 눈의 만행을 확인하게 된다. 

사람 눈 높이 만큼 자란 산죽지대를 통과 하는게 결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처참하게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니 그래도 살아 있는 산죽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빨리 일어나 다시 이 강산 푸르게 하라

 

이제 엘레지가 제대로 꽃을 피워 이곳이 엘레지 집단 서식지임을 알려주고,

 

 

사진 강철님 

 

얼레지꽃은 잎에 얼룩이 많은 탓에 얼레리 꼴레리 놀림을 당하다 붙여 졌다는 설도 있고,

꽃을 사진한번 찍으려면, 꽃이 땅을 보고 있어 감사의 절을 몇번이고 해야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꽃이다.

 

석회암 지대임을 증명이라고 해 주듯 발길마다 시멘트와 같은 돌들이 눈길을 끈다.

석병산 직전 움푹패인 카르스트 지형의 대표적인 돌리네 지형도 볼 수 있었다.

광산이 아래 있어 그럴 수도 있지만, 석회암층의 탄산칼슘층의 용해되어 침식이 나타나는 형상으로 생긴 지형으로

크기에 따라 밭농사도 가능하다고 한다.

비록 시계는 좋지 않지만 앞을 가로막고 있는 석병산의 모습이 아름다워 그리 어렵지 않게 정상을 맞이 한다.

 

 

 

사진 한돌님 

석병산(石屛山, 1055m)은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과 정선군 임계면 경계에 위치해 있다.

깎아지른 듯 솟아 있는 기암괴석의 석회암벽 바위들이 마치 산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어 석병(石屛)이라 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주수천(珠樹川)의 지류와 임계천의 지류가 발원한다.

 

석병산도 겉으로 봐서는 석회암벽이 드러난 정상 일대와 석회암반으로 이루어진

동해 쪽 골짜기들만이 석회암의 성질을 가진 듯해 보이지만, 석병산 전체가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지역이다.

언제 이 아름다운 석병산도 자병산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있으랴?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특히 석회암 지대의 특성을 갖춘 지역에서만 자라는 풀로 "백리향"이라는 식물이 석병산 정상에 서식한단다. 

 

 

 

정상 바로 밑에 있는 일월문에서 사진도 찢고,

 

원효님        사진 한돌님  

 

상황지미 방향이 마루금인 걸로 착각도 하고..

 

저번 구간에 못오신 산우님 중에 선발대로 백복령까지 가도록 보냈는데, 여기에서 상황지미골로 빠져버렸다는데..

"凰池尾"이란 봉황이 날아오는 정자에 못이 있어서 생겨난 이름이 말해주듯, 아름다운 계곡의 풍경을 제대로 담아 오셨을 듯 ^^^^^^

같은 알바도 이렇게 아름다운 절경을 즐기면서 하는 알바는 그래도 행복하지 않은가요? 이왕이면 다홍치마인데..

 

 

 

상황지미 방향으로 바로 움푹파인 곳이 보이는데 이 곳도 카르스트 지형의 일종이다.   18년 초보산꾼 

 

 

다시 올라와 헬기장으로 진행은 시작되고    사진 강철님

 

 

잠시 진행하니 핼기장이 나타나고, 동쪽으로 강릉시 산계리 일대가 잘 조망된다.

석병산과 자병산,두 산을 기점으로 맑은 물이 흘러 들어 으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썅계리(雙溪里)로 불리웠었다고 한다.

 

산전체가 석회암으로 이루어 졌다지만 능선길만은 흙길로 이루어져 있어 걷기 편한 길은 계속 이어지고, 

눈에 보이는 대로 즐기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지도상의 기병이재이다.

 

 

 

고병이재(기병이재)        사진 : 강철님

고병이가 강원도 방언으로 무릅을 나타내므로,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인 듯하나,

현재는 동쪾으로 희미하게 길은 있는데, 사람이 넘나 드는 재로써 역활은 없어진 듯하다.  

동쪽 자락의 성황뎅이에는 호랑이에게 물려 화를 당한 사람들의 무덤인 호식총(虎食塚)이 있다.

 

계속 능선은 이어지고 복수초 알림판을 지나고 - 福과 壽命을 준다는 의미인가?

 

그래도 이곳이 3주전에 겨울이었음을 알리는 증좌로 잔설이 질퍽거리는 구간을 지나니 

 

 

 

오랫만에 보여준 광민님                                   사진 : 강철님

 

백두대간 설명판이 있는 900봉이다. 이제 3주전 탈출했던 금방동 도로가 보이고,

한계령에서 처음발견되어 한계령풀이라고 한다는 한계령풀 표지판도 보이고,

한계령풀은 해마다 4월이면 백두대간 산마루에 꽃이 핀다.

 

 

사진 강철님 

 

한계령 풀  사진 강철님

 

 

짧은 구간과 오랫만에 맛보는 흙의 감촉을 즐기는 사이 931봉을 지나 탈춥봉인 922봉에 도착 잠시 휴식을 취해본다.

남쪽으로 계속 이어지는 민둥산 갈림길을 버리고 좌 측으로 비탈길을 힘들게 내려 오는데

3주전 힘들게 올랐던 추억을 떠올리면 각자 한마디씩 노래한다.

이렇게 아무리 힘들어도 같이 공유할 수 있다는 추억이 있다는게 얼마나 즐거운 일이던가,

다시한번 대간 식구들이 고맙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생강나무가 이 곳에서 부터는 노란꽃으로,

황량한 벌판에 한폭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데..

삽당령에서 고병이재까지의 대간길에는 눈이 녹아 없었지만,  

동사면에는 아직도 이물을 뒤집어 쓴채 마지막 겨울의 추억을 얘기하고 있어,

 

 

사진 : 강철님

 

이제야 엘레지가 싹을 티우고, 복사초가 수즙은 미소를 띄워 주었지만

이곳은 아예 눈구경은 이제 옛말이 되고 만 덕분에,

더불어 생강나무가 마음껏 자신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리라.

이렇게 짧은 구간에서도 서로 다른 자연의 현상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우리 대간 식구들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일 것이다.

 

저번 구간에 보았던 묵호항을 조망 할 수 없는 시계가 아쉬웠지만,

눈이 모두 녹아 없어진 석병산을 비롯한 좌측으로 보이는 암릉들의 석회암 지대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또한 행운이리니,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이제 우리는 함몰지가 선명하게 나타나 있는 안부를 지나고 있었다.

저번 구간에서는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이른바 "임계카르스트 지형"을 확인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한번 더 오는 바람에 확연히 확인 할 수가 있었다.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829봉을 지나 생계령을 향해 내려오는데,

이렇게 멀지 않았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긴 것이냐고 모두들 투덜대고,...

오손도손 내려오니 생계령이다.

 

 

 

사진 한돌님

 

 

生溪嶺은 강릉 산계리 사람들이 정선 임계장을 보기 위해 넘나들었던 고개로

산계령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특히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이 고개에서 도토리 열매를 채취했을 것이고

그래서 생긴, 이제는 오히려 아름다운 이름으로 다다오는 이름이다.

이 곳에 주막집이 있었다고도 하니 옛 영화를 한번 그려본다.

 

황지미골 반대편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탈출을 시작하고,

전에는 눈이 덮여 있어 몰랐는데 지금 보니 고냉지 채소를 가꾸는 밭이 형성되어 있었고,

 

 

 

사진 한돌님

 

한참을 진행하다 서대굴 이정표를 만나게 되었다

그럼 922봉 아래에서 본 서대굴 표지판은 잘못 된 것인가? 위치상으로는 동대굴 표지판으로 바뀌어야 될 듯하다.

 

 

 

버스를 출발한 우리는 임계장이 있는 임계에서 오늘의 피로를 풀어 본다.

 

 

정선임계에는 임계사거리’가 있는데

북쪽으로 가면 경포대가 있는 강릉이고, 남쪽으로 가면 한여름에도 밤이면 오슬오슬 추위가 느껴지는 태백.

서쪽은 동강으로 알려진 정선이고, 동쪽은 망상해수욕장이 있는 동해시다.

사거리에서 어느 길로 향하든 아름다운 계곡이나 짙푸른 숲,

혹은 눈부신 백사장이 펼쳐지는 바다가 있는 곳이다.

 

오늘 안양에 볼일이 있어 1호선 전철을 이용했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벗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네요

잠시 시간을 할애하여 벗꽃의 아름다움을 만낏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

 

이제 언제 강원도의 눈을 볼 수 있을 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언제든지 얘기 할 수 있는 추억을

함께 만들었음을 대간 식구들에게 감사 올립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초보산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