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산꾼 여행이야기 - 화본역 (군위 조림산 연계)

 

 

 

일시 : 2015년 04월18일 (토)        

  

인원 : 3450온누리 산악회 산우님들과 함께

 

어딜 : 화본역

 

           더 많은 사진 자료는 http://blog.daum.net/kmhcshh/2431에 있습니다

 

 

지금처럼 여행정보의 홍수속에서 소위 전국명소를 돌아다녀 봐도 네가 내가 아닌바에는 만족이란 있을 수 없는게 현실이다.

그렇게 속으면서 살아왔다고 말해도 또 속으면서 그렇게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고향의 향수를 달래주고 추억속으로 떠나간 사람들의 애틋함이 살아있는 고향역은 어떨까?

도로와 차가 별로 없던 어린시절 철도가 그나마 고향소식을 싫고 전해주던 공간이며

사랑하는 부모님과 생이별로 밤열차로 상경하며 꼭 성공해서 돌아오겠노라 이별했던 공간

역사의 문을 열고 우리 형제들은 그렇게 살아 왔었는데 서서히 사라져 가는 고향을 안을 수 있는 간이역이 여기에 있나니...

 

 

 

조림산 산행 후 화본역 옆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하고

 

맞은 편에  '엄마아빠 어렸을 적에' 가 추억거리를 가지고 우릴 기다리고 있다

 

주차장에서 화본역으로 오르는 길에 정면으로 느티나무가 먼저 반긴다

 

우측으로 화본역이 보인다

 

 

역사 외부는 먼저 뽀족한 삼각 지붕이 눈길을 끄는에 일본식 건축양식을 그대로 보존했다고 한다

전문용어로는 ㅅ자형(박공형) 지붕이라 한다고 하는데 1936년에 건립되었다고 하니

일제 강점기에 이것도 어찌 보면 수탈의 목적으로 지어졌지 않았나 하는 생각..

글자도 아름다운 화본역 글씨만 없으면 어느집으로 착각할 만큼 아담함을 준다.

하루 6번 기차가 정차하는 간이역으로 2006년 간이역 시비가 세워졌으며 철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교통이 좋지 않았던 옛날에는 이 곳 주민들에게 외부로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 였을 것이다

 

 

 

화본역 좌측으로 박해수 시비가 보인다

박해수 시비   죽도록 그리우면 기차를 타라

우리에게는 '저 바다에 누워'의 노랫말로 더욱 친숙했고 박바닷물로 불리웠던 제8대 대구문인협회 회장을 지낸  박해수 시인의  시비이다 .

대구에서 태어나 1974년 제1회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했고

'걸어서 하늘까지' '사람이 아름다워' 등 시집 15권을 내시며 활동을 하시다  얼마전 2015년 1월 너무도 젊은 나이인 68세에 별세했다

바다’의 시인에서 ‘사람’의 시인을 거쳐, 이제 ‘기차와 간이역’의 시인으로 널리 통한다.

 

 

 

 

2001년부터 전국의 기차역 760여 곳의 순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전국 간이역을 소재로 쓴 시집 '죽도록 그리우면 기차를 타라'를 냈다.

수많은 역마다 시인의 가슴에 투영된 색갈도 각양각색으로 나타 있어 역마다에 애틋한 서정을 시로 담아낸 것이다

한적한 시골풍경에 고향의 향수를 떠올렸던 간이역이 점차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대구문화방송에서 한국 현대시 100주년과 경부선 철도 부설 100주년을 맞아 간이역 시비 건립사업을 진행하여

‘비 내리는 고모령’으로 유명한 고모역에 서예가 류영희 씨가 글을 쓰고, 윤만걸 석공 명장이 제작한 첫 시비를 시작으로

고모역, 직지사역, 우보역 등 대구·경북 간이역 10곳에 그의 시비가 있다고 한다.

 

 

 

시비 옆으로 계속 코레일 카페와 급수탑이 보인다

 

 

녹물 든 급수탑 / 억새풀 고개 숙인 목덜미 / 눈물 포갠 기다림 / 설렘은 흰겨울 눈꽃에 젖네...

                                 박해수 "화본역"중에서

 

과연 우리는 이 나이에  눈물포갠 기다림의 추억을 가질 수 있을까?

묻기 위해 화본역으로 이 초보산꾼과 떠난 여행에서 어떻게 설레임으로 다가 왔었는지

흰겨울 눈꽃에 젖었던 설레임이 이제야 봄의 생명과 함께 살아 났음을...

 

 

 

이제 이 초보산꾼과 함께 저 문을 열고 대합실로 들어가 봅니다 - 역사 앞에서 채화님

 

 

이 초보산꾼과 함께 저 역문을 열고 역사안으로 들어가 보시지요

추억속으로...

‘아무런 기대 없이 찾았다가 무언가를 얻어 갈 수 있는 곳.’을 만들기 위해

 

 

 

마침 화물열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입장권 500원을 내야 하는데...  대합실에서 철길로 나가는 문

 

 

까까머리 통학생을 비롯 옛날에는 왜이렇게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으셨든지 보따리를 이고 지고 

그런 우리 부모님들의 애환이 살아 있는 간이역을 떠올리면 왠지 모를 애잔함이 물결을 친다

말 그대로 간이역은 자주 기차가 서지 않기 떄문에 기다란 기다림에 지겨운 승객들이 큰하품으로 소일하거나

문득 잠든 고개를 받아 주던 이세상에서 가장 정겹고 아름다운 공간이 바로 간이역 대합실 풍경이다

 

 

 

여행객들을 위해 비치된 역무원들의 모자를 쓰고 사진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고향을 등지기도 돌아오기도 할 때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간이역 대합실에서의 기다란 나무의자와의 만남

일상의 무거운 삶을 지탱하며 저마다의 꿈을 안고서 의자에 긴 그림자를 남기며 일어나고 또 그렇게 사라지고

추억속에 남겨진 그림자들이 지금 애틋한 그리움으로 다시 우리곁에 되돌아 온 것이다

고속철도와 자동차의 홍수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간이역은...  근대문화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대합실에 붙어 있는 화본역의 살아 있는 역사 이야기

 

 

고향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간이역도 사라지고 또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는 악순환

개발과 근대화는 많은 사람들을 도시로 성공을 꿈꾸며 희망이라는 미명으로 내몰리며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했던 공간

이제는 고향마져 도시화되어 가면서 옛향수를 자극하기에는 너무 변해 도시인지 농촌인지 알 수 없는 현실속에서도

그나마 이렇게 옛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간이역이 있다는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선한남자님의 멋진 포즈 - 뭘 해도 어울리네요. 오랜만에 함께 해 주시어 감솨

 

철길에서의 여심

 

 

하루에 상`하행선 합쳐서 여섯 번밖에 기차가 서지 않는 곳이다 보니 플랫폼은 언제나 한적하다.

하지만 벚꽃이 한차레 맘의 풍랑을 일으키고 지나간 한자리를 철길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우린 문득 기분이 울적하거나 누군가 그리워질 때 완행 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자 했던 기억들이 모두에게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간이역은 어릴 적 가졌던 구름 같은 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급수대를 끼고 한없는 평행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기찻길 철로

 

 

곧게 뻗은 철길이 산과 하늘과 맞닿을 듯 멀리 이어지는 마치 산으로 철길이 비집고 들어갈려 애쓰는 모습에서

어느 시인은 철로를 품고 있는 산이 자궁을 닮아 어머님 품같은 포근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 포근함이 객지생활과 바쁘게 살아온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것 같았던 그리움을 자극하는 눈물샘이 되어

가끔 적막을 깨고 기적소리와 함께 철길에 길다랗게 남겨질 여운속에 묻고 살았던 추억과 그리움을 삼킨다

 

 

 

처음 어색함을 잊고 이제야 철길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간이역인 만큼 철길따라 흐르는 적막도 그리움으로 다가오고

방금 지나간 철길에 남겨진 파편의 신음으로 되살아나는 부스러져 버렸던 추억의 기억 파편들까지...

 

 

화본역 철길에도 꽃은 피고 있었다

 

 

그래도 철길위에도 꽃은 피는가?

기다림의 숙명을 이기고 돌아 온 봄의 축제

아직 철길에 앉아 즐길 자리가 남아 있음에도 채우지 못한 아쉬움까지

간이역 화본역은 감싸주고 있었다

 

 

 

화본역 철길을 건너면 급수탑으로 가는 길이 열려 있다

 

급수탑 가는 길

 

 

철길을 걸으며 가다 보면 증기기관차의 추억 급수탑을 만나게 되며 내부도 구경할 수 있다

1930년대 만든 높이 25m의 증기기관차용 급수탑은  1970년대 디젤기관차가 도입된 이후 더 이상 사용 목적을 찾을 수 없게 됐다

급수탑 아래 급수정 안에는 증기기관차의 작동 원리를 알기 쉽게 그려놓았다. 

 

 

 

급수탑을 감싸고 있는 담쟁이 덩굴의 색갈을 보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듯

 

 

담쟁이 덩굴이 둘러싸고 있는 급수탑 외부는 사계절 색깔이 바뀌면서 동화속의 한 장면같은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하며

거기에 화본마을 주변의 풍경을 만나 한 폭의 고풍스런 멋으로 재 탄생하는 그림을 그려준다고 하나

오늘 지금 4월에 만나는 담쟁이 덩굴의 봄의 색깔은 어떤 모습으로 우릴 반길지 무척 궁금했는데...

거기까지는 우리에게 선물하지 않는다.  10년 후에 다시 가을에 오라고

 

 

 

급수탑 내부로 들어가면

 

내부를 볼 수 있다

 

석탄정돈 석탄정리 글자가 쓰여저 있다

 

 

급수탑 내부에 한창 증기기관차가 달릴 때 쓰였을 ‘석탄정돈, 석탄절약’이라는 글씨는 관광객들의 낙서 속에 슬슬 지워져 가고 있었다

다 지워지기 전에 확인하는 역사적인 증인이 되실 기회를 함께 하신 산우님들에게 주었는데

어떻게 맘속에 많은 추억 남기시고 돌아 왔는지...

 

 

 

많은 사람들이 급수탑 내부에 소원을 남기고 있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자기 소원을 담은 낙서를 남기고 있는데

오늘 함께 하신 산우님들도 한가지 소원 정도는 남기시고 온  하루가 되었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급수탑 아래 급수정에 있는 급수탑 원리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간이역 화본역의 여행을 마치고 화본마을로 들어간다

 

 

대합실 문을 열고 철로를 따라 시선이 머무는 순간 바람이 전하는 말

생각지도 못한 추억의 한조각을 이마에 남기고 철길따라 평행선으로 남기고 떠났다

새로은 나의 모습을 한조각의 또 다른 평행선에 남기고서

이렇게 조림산 산행을 겸한 화본역에서 옛 추억을 반추하고 또 다른 추억만들기까지

그렇게 철길따라 평행선으로 이어질 뿐 만날 수 없는 줄 알기에 한없이 돌고 돌다

바람은 또 다른 추억을 만들기 위해 다시 이곳으로 돌아 올 것이다

떠남과 만남이 공존하는 간이역은 그래서 바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리라

10년후에 나는 다시 찾을 것이다

한없이 돌고 도는 바람이 잠시 머무는 간이역에

우리가 두고 내린 낭만과 추억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초보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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